왜 다시 자유인가?

『왜 다시 자유인가?』필립 페팃-제1부 자유의 이념:제2장 자유의 깊이

joojeong 2020. 4. 21. 12:43

제2장 자유의 깊이

 

이 장에서는 소설 속 노라나 운 좋은 노예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정확히 어떤 자유가 요구되는지 살펴보려 한다. (생략) 이미 살펴보았듯이 공화주의 전통은 특정한 선택이나 그 유형에서의 자유에 관심이 없고, 주로 한 인간 또는 시민으로서의 자유에 초점을 맞춘다.

 

선택의 자유를 위한 공식

선택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나는 그것을 바로 당신의 통제하에 있는, 즉 당신의 처분에 맡겨진 일련의 선택지 또는 대안이라고 정의한다. 가령 당신은 두 개의 대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생략)

 

당신은 아래 정도만큼 선택의 자유를 향유한다.

1. 당신이 선호하는 선택지를 취할 수 있는 여지와 자원이 있어야 한다.

2. 당신이 선호하는 바가 무엇이든 그것이 선택지에 있어야 한다.

3. 당신이 무엇을 선택할 때 타인의 선호에 구애받지 않아야 한다.

 

방법에 대한 언급

자유의 맥락

선거일에 병으로 누워 있는 한 시민의 예를 들어보자. 다른 건강한 시민과는 달리 그는 자유롭게 투표할 수 없다. 그러나 비시민과 비교하면 그는 몸져 누워 있는데도 사실상 투표의 자유가 있다. 자유로운지 아닌지 예측하는 것은 하나의 유용한 방법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와 비교하느냐에 따라 자유로울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얼핏 모순처럼 보이지만 두 주장은 완벽하게 일치한다.p.89 →앞으로 진행할 특정한 자유 개념 논의의 필요성

 

제1조항: 당신이 선호하는 선택지를 취할 수 있는 여지와 자원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간섭 없는 자유로움

당신에게 어떤 선택지를 취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말은 누구도 당신의 선택에 간섭할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 당신이 투표하기로 마음먹는다면 누군가 당신의 선택을 가로막지 않는 한 투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략) 나는 당신의 선택 능력을 방해함으로써 선택지를 제거할 수도 있다. (생략) 그런데 이런 종류의 간섭 없이도 당신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나는 당신이 투표를 하지 않는 다는 조건으로 보상을 하거나 다른 거래를 제안할 수 있다.(생략) 당신에게 이런 식으로 동기를 부여하거나 설득하는 것은 내가 정의한 간섭에 포함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런 행위가 선택지를 제거하거나, 대체하거나, 왜곡하지는 않기 때문이다.p.91-92

 

선택지를 취할 자원이 있는가

즉 당신에게 선호하는 선택지를 취할 수 있는 여지와 자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요구조건을 비판하는 이들은 당신이 법적으로 선택지를 취할 자격이 있다는 이유에서 비록 선택지를 지닐 자원이 없더라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다시 앞의 예로 돌아가보자. 그들은 당신이 심하게 다쳐 투표장에 가지 못하더라도 여전히 시민으로서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다고 말할 것이다.

 

당신이 하나의 선택지를 자유롭게 취할 수 있다면 당신은 그 선택을 하거나 하지 않은 것에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즉 당신이 그 선택의 가치에 따라 칭찬받거나 비난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주어진 선택지를 취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은 정확히 무엇인가? 이는 광범위한 인적자원, 자연자원, 그리고 사회적 자원으로 나뉜다. 당신은 각 영역에서 자신에게 결정권이 주어진 특정한 객관적 자원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자원을 의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자원의 존재를 자각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그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은 셈이다.p.94

 

인적자원, 자연적 자원, 사회적 자원

(자연적자원:) 의식적으로 오른 손을 들 수 있거나 전자우편을 보내는 법을 알아야 하며 홉스의 말처럼 선택지를 지니기 위해선 '힘과 분별력'이 있어야 한다.

(자연적 자원:) 자연적 자원은 그러한 선택지가 접근 가능한 범위 내에 존재하는 환경을 말한다. (생략) 그리고 투표를 할 수 있으려면 당신이 도달할 수 있는 범위 내에 투표소가 있어야 하고 이 사실을 당신도 알고 있어야 한다.

(사회적자원:) 이를 위해서는 이미 그런 행위에 관한 사회적 관습이 확립되어 있어야만 한다. 특정한 인식을 공유할 때 그와 같은 의사소통 행위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생략) 마찬가지로 당신이 투표할 수 있으려면 법에 따라 적절한 선거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선의에 의존하는 자유

만약 당신이 특정 선택을 할 때 다른 개인이나 집단의 선의에 의존한다면 당신에게는 그 선택지를 자유롭게 택할 능력이 없는 것이다.

 

제2조항: 당신이 선호하는 바가 무엇이든 선택지에 있어야 한다.

홉스의 자유 개념

홉스는 누군가 선택의 자유를 누린다고 하려면 그러한 선택을 하는 데 방해받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그는 그 선택지가 '힘과 분별력을 지닌 채 할 수 있는 것' 가운데 하나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p.98

 

홉스는 자유의 조건을 이런 식으로 설명함으로써 행위자가 실제로 선호하는 것 이외의 선택지를 취할 때는 방해받더라도 선택의 자유를 누린다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넌지시 비친 것이다. (생략) 홉스의 자유 개념에 따르면 다른 문들은 잠겨 있을 수도 있고, 부서졌을 수도 있고, 다른 방식으로는 접근이 어려울 수도 있다. p.99

 

예를 들어 당신이 감옥에 갇혀 있어서 바깥세상에 나올 수 있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해보자. 홉스의 해석대로라면 당신은 좌절과 부자유의 상태에 있다. 당신은 자신의 좌절감을 의식해 나름의 심리작용을 시작한다. 수감 생활의 가장 좋은 것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생략) 홉스의 해석을 빌리면 당신은 스스로를 자유롭게 했다고 할 수 있따. 수감생활을 하는 선택지와 바깥세상에 나가는 선택지 가운데 더 선호하는 쪽을 택했기 때문이다.

 

벌린은 이에 대해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하면 가질 수 있는 것만을 원하라고 가르치는 것은 행복이나 안전에 도움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이 그의 시민적, 정치적 자유를 증진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p.99

 

모든 문은 열려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제1조항만이 아니라 제2조항도 지지해야 한다. (생략) 어쩌다 하나의 선택지를 원했는데, 마침 그것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문 하나를 밀었는데 마침 열려져 있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은 것이다.

 

제3조항: 타인의 선호에 구애받지 않아야 한다.

제1조항에 따르면 당신은 선호하는 선택지를 취할 수 있는 충분한 여지와 자원이 있어야 한다. 제2조항에 따르면 당신은 우연히 선호하는 선택지뿐 아니라, 장차 선호할 수 있는 모든 선택지를 취할 수 있는 여지와 자원이 있어야 한다. 제3조항은 훨씬 굳건한 기준을 요구한다. 당신이 선호하는 선택지를 취할 수 있는 능력은 당신의 마음이 바뀌거나 타인의 마음이 바뀌더라도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p.101

 

오직 허락 하에서만 선택하는 자유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선택할 수 있더라도 그것이 내가 당신이 그러한 재량을 누리도록 허락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면, 당신은 나의 의지에 종속되어 있는 것이다. 만일 당신의 선택에 관한 나의 의지나 선호가 달라질 때도 여전히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굳건한 능력이 당신에게 있지 않다면 궁극적인 통제권은 내게 있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관대하더라도, 당신은 오로지 내가 허락하는 한에서만 당신 의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p.103

 

나는 당신의 고용주로 당신이 투표하러 간다면 당신을 해고하겠다고 우긴다. (생략) 아첨으로 당신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게 허락을 받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신은 나의 의지에 종속된 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p.104

 

내가 누릴 자유를 설명해야 하는 경우

비지배 자유를 누리고 있는 사람은 "어느 누구에게도 자신의 행위에 대해 설명할 의무를 지니지 않는다."

 

비지배자유

우리 공식의 세 조항에서 도출된 선택의 자유 개념은 비지배 자유로 체계화된 공화주의의 이상이다. (생략) 즉 자유로운 선택이란 선호하는 바를 취할 수 있는 여지뿐 아니라 자원을 요구한다. 선택을 위한 능력도 요구한다. 어쩌다 선호하는 선택지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선택지에 있어야 한다. 공식의 제3조항은 공화주의자들이 초점을 맞췄던 가장 독특하고 중요한 요소를 지속적으로 드러난다. p.107

 

'타인의 의지로부터의 독립' 또는 '타인의 지배로부터의 면제'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생략) "자유는 스스로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왜냐하면 노예는 단지 다른 사람의 자비를 통해 연명하기 때문이다."p.107

 

제3조항

당신의 처분에 우연히 맡겨진 개인적, 자연적, 사회적 자원이 타인의 간섭과 무관한 수준을 넘어 당신의 수중에 있어야 한다고까지 요구하지는 않는다. 즉 당신의 개인적 기술, 자연환경, 또는 사회구조와 같은 차이는 개의치 않는 것이다.

 

타인의 의지로부터의 독립

즉 우연한 자원의 부재에 제약되기보다 타인의 자유로운 의지에 통제되는 것이 본질적으로 더 나쁘다는 생각이다. p.109)

 

즉, 타인의 선호와 상관없이 당신이 원하는 바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태제에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 이 테제가 당신과는 별개의 사안이거나 무관한 사안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선호에 개의치 않고 당신이 원하는 바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라는 점이다. 둘째, 타인의 선호에 구애받지 않아야 한다고 했지만, 이때 타인의 선호란 일반적으로 용인된 기준에서 강제되거나 자발적이지 않은 성격이어선 안 된다는 점이다. 즉 타인이 당신을 향한 태도에 따라 어느 정도 재량껏 변경할 수 있는 선호여야 한다. 셋째, 당신이 자발적으로 당신의 선택을 구성할 권리와 능력을 위임한 사람들의 선호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첫째 요소와 관련해 당신이 주말에 항공편으로 해외에 가고 싶어 한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다른 사람들이 비행기 타는 것을 싫어한다는 이유로 비행노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목적지에 가기 위해 타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제3조항에 위배되는 사안이 발생한 걸까? (생략) 분명 아니다. 당신은 선택하는 데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았다. 단지 변화무쌍한 날씨같이 당신의 선택과는 무관한 독립된 선호의 양식에 기댔을 뿐이다. (생략) 그러나 이것이 결코 당신에 대한 선의에 의지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생략) 자유는 당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기 위해 타인의 관용이나 허락에 의지하지 않을 것을 요구할 뿐이다.

 

둘째요소와 관련된 논의를 진행해보자. 당신이 주말에 단기휴가로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은행에 대출을 신청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당신의 여행이 은행의 대출 허가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보자. 만일 은행이 당신에게 대출을 허락하지 않아 계획을 망쳤다 하더라도 어디를 가려고 했는지 등 선택지를 취할 자유를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고 할 수 있을까? 당신은 은행의 의지에 지배당하고 있는걸까? 물론 아니다. (생략) 은행의 대출 허가 여부는 당신의 행위에 관한 은행의 임의적인 선호에 근거하지 않는다. 마치 자연 법칙처럼 이미 용인된 은행 업무 기준에 따라 대출업무를 운영하며, 당신에 대한 태도를 자의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비지배 자유, 즉 타인의 의지로부터의 독립에 관한 셋째 요소는 앞의 두 요소보다 간단하다. 이 마지막 요소를 이해하기 위해 당신에게는 충동적으로 해외여행을 하는 습관이 있으며, 그러한 충동을 제어하기 위해 당신의 여권을 내게 맡겨두었다고 상상해보자. 당신은 적어도 일주일 전에 계획하지 않은 여행을 충동적으로 가려 한다면 어떤 일이 있어도 여권을 돌려주지 말라고 부탁했다. 이럴 경우 당신의 여행은 나의 의지에 달려 있다. 그러나 당신이 지배당하고 있고,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아니다. 특별한 순간에 당신은 행위자로서 나의 의지에 종속되어 있지만 당신이 시간의 지속을 경험하는 행위자로 간주된다면, 내 행위에 권위를 부여하고 궁극적인 통제를 행사하는 쪽은 당신의 의지이지 나의 의지가 아니다.

 

지배의 정도와 종류

구조적 지배

공화주의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배에 고통받는 어떤 특별한 관계를 우선적으로 보살펴야 한다는 데 반드시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초점의 대상은 타인과의 관계일 수도 있고 회사, 교회, 국가와 같은 집단과의 관계일 수도 있다. 그러한 지배는 사람들이 속한 문화, 경제, 헌정 체제와 같은 더욱 광범위한 사회와 세계의 관행 그리고 제도에서 비롯된다. 지배에서 해방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더욱 깊은 종속의 원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이를 구조적 지배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