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의 주제인 정의는 시민이 가정이나 직장 그리고 시장이나 광장에서 상호 간에 맺는 수평적, 사회적 관계에서 성립되는 정의만을 의미한다. 따라서 시민과 그들의 정부 사이에서 형성되는 수직적, 정치적 관계는 포함하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한 사회나 정체 그리고 다른 사회와 형성하는 대외적, 국제적 관계도 포함하지 않는다.
사회적 정의에 대한 관념, 공화주의와 다른 이론들
나는 정의에 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이란 바로 해당 사회의 시민이라 생각한다. 여기에서 시민이란 대체로 정상적인 정신상태의 성인이면서 영주권을 소지한 사람을 모두 포함한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권리 주장을 취급하는 기관이 바로 국가라고 생각한다. 이 때 국가는 다양한 기구로 운영되는 집단적 행위자로, 필요하면 강제력으로라도 시민의 요구를 조정하는 유일무이한 권위의 양상을 띤다. p.145-146
시민을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이 필연적으로 그들에게 동일한 처우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p.146
표현적 평등주의
적절한 깊이와 폭을 지닌 자유의 가치를 위해 헌신하는 공화주의 이론에 따르면 정의로운 국가는 시민을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 특별히 이 책의 첫 부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요구에서 그러하다. 그리고 기본적 자유의 범위 안에서 공공의 법과 규범에 기초해, 국가는 시민이 비지배 자유를 충분히 누리도록 그들을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 이러한 접근법은 공화주의 전통과 정확하게 일치하며, 자유와 평등에 관한 키케로의 생각과도 연결된다. "자유보다 달콤한 것은 없다. 그렇지만 동등하게 향유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결코 자유가 아니다."
동등하다고 여길 수 있는 확고한 조건
우리는 국가가 비지배 자유에 대한 시민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시민을 동등하게 대우하기 위해 이행해야 할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 (생략) 우리는 사람들이 관계 속에서 비지배 자유를 동등하게 향유하도록 하는 정책의 세 가지 관련 분야를 구별할 수 있다. 이것을 기억하기 쉽게 사회기반, 보장, 보호로 기술하고자 한다. p.150
사회기반
물질적 사회기반
물질적 사회기반은 외부적인 위험에서 영토를 온전하게 보전하는 것이다. p.151
자유방임주의와 여타 이론은 종종 재산권과 소유권을 자연이라는 돌에 새겨진, 사회적 관습에서 독립되어 결정된 것처럼 여긴다. 그러나 우리가 보아온 것처럼 공화주의이론은 다른 관점을 제시하고 상당히 다른 정책노선을 뒷받침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한 설명은 이미 언급했던 고려사항으로 되돌아간다. 즉 공화주의적 접근법에서는 어떤 선택을 할 때 침해 받는다면, 그 침해에서 보호받기 위해 안전을 요청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을 특정 침해에서 안전하게 지킴으로써 한 사회의 법과 규범이 개개인을 자유롭게 한다는 사고가 반영된 결과다. 혈액 속의 항체가 특정 질병에 대한 면역력을 구성하듯 각종 법규는 사람들이 향유하는 자유를 구성한다. 특히 이러한 고려는 소유와 관련된 사안에서 두드러진다. 지난 장에서 살펴보았듯이 각각의 법체계는 소유권에 대한 나름의 일괄적인 프로그램과 관련된 기본적 자유에 대한 자체의 해석을 확립한다. 공화주의에 따르면 재산권과 소유권은 자연적으로 확립되지 않는다. 그러한 권리는 법과 규범이 실행하는 사회적 질서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p.152
모든 규제는 억압인가
단지 신에게 부여받은 재산권 따위는 존재하지 않으며 각 사회는 그 사회에서 용인될 만한 범위 내에서 사적 소유권을 결정하고, 아울러 사적 공적인 공동체와 재산 사이의 경계를 설정하기 마련이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모든 이를 동등하게 대우하는 방식으로 비지배 자유를 증진하는 일은 자유방임주의자들이 인지하거나 생각할 수 없는 가능성을 주장할 수도 있다.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공화주의적 자유를 성취하기 위해 요구되는 바에 따라, 소유에 대한 새로운 개념의 도입을 지지할 수 있는 것이다. 가령 지적 소유권이나 주요 천연자원의 소유와 같이 새롭게 부상하는 영역에서 그러하다. 아울러 특정 목적에 사용되는 개인적 지원금을 어느 정도까지 허용해야 하는지, 말하자면 선거자금의 지원이나 사설 경비체제의 유지, 또는 담합에 따른 금융왕조의 설립과 같은 행위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도입할 수도 있다.
보장
공화주의적 정의의 관점에서 보장받아야 할 재난은 자원부족과 그 결과 새롭게 나타난 지배와 침해 가능성에 노출되는 것을 포함한다.
기초적 수준의 사회적 의료적 사법적 안전의 제공
비지배 자유에 열성적인 공동체는 집단이나 지역의 보장뿐 아니라 개개인을 위한 보장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사람들이 비지배 자유를 동등하게 향유하려면 거주와 식량 그리고 의료와 장애에 대한 지원을 받아야 하고, 법정이나 원고나 피고가 될 때 대리인으로서의 지위도 그리고 필요하다면 노후 지원도 적절하게 보장받아야 한다. 결국 그러한 가능성에 대해 공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p.155
특수한 보호
특수한 보호는 쌍방 간 힘의 비대칭성이 존재하는 관계와 연관된 위험에서 보호하는 것이다. 일반적 보호는 개인이든 직장이든, 블루칼라든 화이트칼라든 범죄의 위험에서 보호하는 것이다.p.158
먼저 특수한 경우부터 살펴보자. 공화주의적 사고에서는 아내와 남편, 고인과 고용주, 채무자와 채권자 같은 다양한 관계에서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표준적인 정책결정은 강자라고 간주되는 일방ㅡ남편, 고용주, 채권자ㅡ에게는 법적 의무를 부과하고, 약자에게는 상응하는 권리를 강화함으로써 쌍방의 지위를 평등하게 할 것을 주장한다. 그러한 권리는 긴요하지만 종종 연약한 갈대처럼 되어버린다. 약자는 그러한 권리를 반드시 사용해야 하지만 섣불리 혼자 행동하다가 호된 대가를 치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학대하는 남편에게 저항하기 위해 경찰을 부른 아내는 결국 분노한 남편의 더 심한 학대에 직면할 수도 있다. 외부 감독관에게 작업환경에 관한 불만을 신고한 고용인이 고용주에게 가장 험한 일을 떠맡게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약자들을 위해 국가는 특수한 보호를 확립한다. 사실 국가가 적합한 법적 권리를 확립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약자를 위한 다양한 선택지를 검토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p.158-159
자유를 비지배로 이해하면, 실제 간섭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남편이나 고용주에게 허용된 간섭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문제가 된다. 지배는 그러한 힘의 존재만으로 실현된다. 굳이 그 힘의 행사를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 p.160
집단지배, 개인적 자유에 대한 새롭고 강력한 도전
더욱 강력한 타인의 힘에서 개인이 보호받아야 하는 전통적 관계와는 별도로, 개인과 영리 비영리 법인의 관계도 곤란한 비대칭의 문제를 야기한다. 법인은 구성원들에게 기대어 작동하지만 그들이 맡은 역할은 서로 다르다. 직책에 따라 동일한 역할을 다른 시기에 담당할 수도 있다. 따라서 그들은 맡은 부문에 대해 감시받지 않고, 결국 개개인의 역할과 책임이 누구에게도 뚜렷이 보이지 않는 집단적 결과가 발생한다.
집단지배의 예는 흔하다. 어린 시절 사제에게 추행당한 사람이 막강한 교회를 상대로 소송을 고민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어떤 기업을 업계에서 퇴출시킬 수 있는 강력한 노조의 직접 또는 동조 시위로 궁지에 몰린 중소기업인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아니 더욱 주목할 만한 경우로 거대기업을 상대로 기름 유출이나 폭발에 대한 피해 소송을 제기한 사람들을 생각해보자. 각각의 경우에 예상되는 집단지배는 막강하다. p.161
거대 집단에 맞선 개인에게 힘을 실어주는 최선의 방법은 공론장을, 특히 형사법정에서 그들을 고소하고 고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여기에서 기소가 확정되면 법을 위반한 조직의 명성에 커다란 타격을 입힐 수 있다. 기업이라면 벌금쯤이야 얼마든지 낼 수 있겠지만, 나쁜 평판에 대한 공포에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나쁜 평판은 교회 신도들을 감소시킬 수도 있고 노조에 대한 지원을 철회하도록 할 수도 있으며, 기업은 그들의 생명줄인 고객, 즉 그들의 상품을 사줄 사람들을 빼앗길 수도 있다.p.162
일반적 보호
일반적 위험의 전형은 살인, 폭력, 강간, 사기, 절도처럼 어떻게 보더라도 범죄로 취급될 수밖에 없는 행위들이다.
위에서 언급한 종류의 범죄들은 기본적 자유의 영역에서 간섭이 초래하는 통한 심각한 지배 형태를 수반한다. 따라서 공화주의이론은 그러한 행위뿐 아니라 비슷한 성격을 지닌 지배 특성까지 범죄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그 자체로는 지배하지 않더라도 그러한 지배적 개입을 초래하는 행위 역시 범죄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들어 범죄 의도를 품고 조직을 결성하는 행위, 다른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도록 선동하는 행위, 형법체계 자체를 훼손하려는 행위들을 말한다.
공화주의이론의 형사사법체계
형사사법제도에서 국가의 역할이 잠재적으로 억압적, 지배적일 수 있다는 전제에서, 공화주의이론은 우선 오직 심각한 범행만을 범죄시할 것을 주장한다. 공화주의는 공공규제로 처리할 수 있는 속도 위반, 배회, 그리고 쓰레기 투기와 같은 문제를 형법으로 다스리려는 경향에 반대한다. 그리고 공화주의는 치안 유지와 감시, 기소, 판결, 선고의 바람직한 모델을 모색하면서도 이러한 과정에서 국가 관계자가 주도권을 잡거나 범법자가 책임을 통감하게끔 하는데 역할을 맡는 것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형사사법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죄 없는 사라이 억울하게 처벌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다. 만일 국가기관이 엄격한 책임주의 원칙의 검증에 구애받지 않고 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면, 그들은 지나칠 정도의 지배적 권력을 지니게 될 것이다. 별 어려움 없이 그들은 무고한 사람을 희생양으로 만들거나 특정 범죄자를 일벌백계의 수단으로 만들 수도 있다. 그들은 공동체 전체를 위협할 수 있는 충분한 권력을 지니게 될 것이다.
공화주의이론은 어떤 종류의 판결이나 처벌을 지지하는가? 이상적으로 모든 처벌은 피해자의 지위를 재확인시켜주고, 그들에게 타당한 보상을 제공하며, 유사 범죄가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동체를 안심시켜야 한다. 우리는 폭력이나 절도 피해자들-그리고 살인사건 피해자의 가족들-에게 가해진 범죄 행위를 공동체 일반이 나아가 이상적으로는 가해자 본인까지 잘못된 것으로 인지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배상이나 보상을 위한 조처도 취해야 한다. 또 공동체 전체 구성원이 범죄자에 대한 유죄 선고에 뒤이어 유사한 범죄로 고통받을 가능성이 그러한 범죄가 발생하기 전보다 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범죄화에 이렇게 접근하면, 전과가 없는 범법자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깨닫는 자세를 성실하게 보이거나 이유야 어찌됐든 그가 더 이상 공동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때 자비를 베풀 수 있다. 그리고 비록 자비를 베풀지 않고 처벌을 내린다 하더라도, 범법자가 온전히 자유로운 시민으로서 사회에 재통합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처벌을 찾게 된다. 이러한 접근은 더욱 절제된 처벌에 우호적이다. 사형보다 수감, 수감보다 벌금, 벌금보다 지역 사회봉사를 주장하는 것이다. 형사사법제도는 피해자뿐 아니라 범법자의 공화주의적 시민권과 자유를 향유할 수 있는 지위를 회복시켜주도록 기획되어야 한다. p.165-166
회복적정의
여기서 살펴본 형사사법제도에 관한 제안은 비교적 적은 행위만이 범죄시되고, 비교적 적은 범죄만이 저질러지며, 비교적 적은 범법자만 기소되어 재판에 넘겨지는 상황을 전제로 한다. 각 사건에 합당한 공판 기회가 주어지려면 그러한 조건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러한 조건이 만족되기는 어렵다.(생략) 반대로 이런 불완전한 상황에서는 추상적으로 가장 그럴듯한 제도를 모방하기보다 차라리 제도적 혁신을 꾀하는 편이 더 나을 수 있다.p.167
즉 우리가 구상해온 형사사법제도의 근본적 변화를 모색하는 편이 훨씬 이치에 맞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범법자가 죄를 인정하면 통상적인 사법절차를 밟지 않을 수 있는 회복적 정의와 같은 새로운 프로그램의 도입을 시도해볼 수 있다. 그런 프로그램 하에서 혐의를 인정한 범법자는 피해자와 만나는데 가해자와 피해자 양측이 선별한 다수의 관련자가 입회한 그 만남에서 범법자가 자신의 범법행위를 어떤 방식으로 벌충할 것인지가 정해진다. p.167-168
정의와 쳐다보기 실험
사회적 정의에 관한 공화주의이론에 따르면 사회의 법과 규범은 기본적 자유를 규정할 수 있는 적정 수준에서 자원을 제공하고 보호해야 한다. 적정 수준이란 직관적으로 더 이상의 요구가 없을 때까지다. 사적 자원과 보호의 차이를 허용할 만큼의 느슨함은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 자유를 행사함에서는 모두가 적정 수준의 권리를 똑같이 향유해야 한다.
함께 향유할 수 있는 상호작용에서의 평등
과도하게 주눅 들지 않고 가장 까다로운 지역사회의 기준에서 당당하게 서로의 눈을 두려움이나 경외심 없이 마주볼 수 있는 정도에 이르기까지, 기본적 자유를 행사하는 데 필요한 자원과 보호를 적절하게 제공받아야 한다. 우리가 살펴보았듯이, 사람들은 그들 각자가 타인의 간섭에서 보호받고 또 그러한 관점에서 모두에게서 존중받는 사람이라고 인식함으로써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당당히 걸을 수 있다.
쳐다보기 실험은 정의가 쉽게 달성되도록 한다. 이는 정의가 소심함 또는 유사한 문제로 개인적인 확신을 지니지 못하는 것과 양립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질적인 기준을 조금 느슨하게 허용한다면 부와 권력에 약간의 차이가 있어도 사회적 정의가 성립될 수 있다. 부와 권력의 심각한 차이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의 비지배 자유를 도탄에 빠뜨리지만, 대개는 차이가 좀 있어도 부자나 가난한 사람들은 두려움이나 경외심을 품지 않고 서로를 마주볼 수 있다. 쳐다보기 실험은 그러한 물질적 사안에서의 실질적 평등 대신 사람들이 함께 향유할 수 있는 상호작용에서의 평등이 중요하단 것을 일깨워 준다.p.171
나는 쳐다보기 실험이 우리에게 기본적 자유를 위한 자원과 보호가 어느 정도 필요한지에 관한 임시적 지침을 마련해 줄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유의 종류에 따라 필요한 자원과 보호도 다르다는 점을 덧붙여야 겠다. 모든 자유가 형법상의 보호를 요청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하는 것은 역효과를 일으킬 것이다. 대개의 경우 사회적 규범으로 보호하는 편이 낫다. 그리고 어떤 기본적 자유들은 이미 살펴본 것처럼 사회기반이 되었든 보험이 되었든 자원 제공이 시급하지만 다른 기본적 자유들은 그렇지 않다. p.171
마지막 질문을 하나 더 하겠다. 제2장에서 고찰했듯이 사람들이 쳐다보기 실험을 통과할 정도의 기본적 자유가 확고히 자리 잡는 일은 자연적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그리고 유사한 사회라도 법과 규범으로 기본적 자유를 정의하는 방식은 상이할 수 있다. 특정 사회에서 가장 바람직한 기본적 자유들을 규정하는 방법이 있을까? 지금까지는 이 질문을 피해왔다. 현 시점에서는 쳐다보기 실험에 기댈 필요가 있다는 것만 명백히 제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기본적 자유가 확립되든, 그러한 자유들은 사람들이 쳐다보기 실험을 통과하고 공화주의 시민의 온전하고 평등한 지위를 향유하는 것을 촉진시키는 방향으로 구축되어야 하며 규정되어야 한다. p.172
핵심
공화주의 정의론-그리고 민주주의와 주권에 관한 공화주의이론-은 최소한의 근거, 즉 자유 하나만을 요구하지만 본질적, 개혁적인 일련의 정책을 옹호하기도 한다.
최소주의 근거
최소주의 근거는 사회적 정의와 관련해 법과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즉 비지배를 동등하게 향유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전망을 제시한다.
공화주의 정의론은 어떻게 롤스의 두 번째 원리를 도외시하면서 자유의 원칙을 지지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한 대답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공화주의 정의론이 목표로 하는 자유는 그것을 유효하게 해주는 자원을 전제한다. 반면 롤스의 이론은 자유의 요구에 관한 더욱 약한 개념에 기초한다. 롤스가 첫 번째 원리로 규정한 동등한 자유는 사람들이 그 자유를 행사하거나 그러한 자유에 가치를 부여하는 데 필요한 자원이 있어야 한다고 여기지 않는다. 둘째, 공화주의이론이 고취한 자유는 단지 타인의 간섭이 바람직하지 않다고만 여기지 않고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기 위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롤스도 사람들이 간섭받지 않도록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가능하다고 여겨질 경우에만 이를 적용한다. 그래서 그는 든든한 보장과 보호에 관한 요구를 약화시킨다. 그는 심술을 부리지 않을 것 같은 누군가의 선의에 의존하는 것, 즉 무거운 처벌을 비켜가는 사람의 선의에 의존하는 것은 그 자체로 한탄스러운 게 아니라고 넌지시 이야기한다.
이런 이유에서 롤스는 동등한 자유의 원리를 사회경제적 자원의 평등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여긴다. 반면 공화주의이론은 자유의 요구 그 이상을 생각하지 않는다. 공화주의이론은 롤스보다 더 풍부한 방식으로 자유를 해석한다. 따라서 공화주의이론은 자유의 요구 하나에만 기초해 사회적 정의에 대한 적절한 해석을 확립할 수 있다. 사회경제적 평등에 대해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p.175
정책에 관한 공화주의 정의론의 권고사항
p.176-178